3초 요약

  •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이 혼인을 깨고 나가는 축출이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 다만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상대 배우자에게 더는 희생을 강요한다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이혼청구를 허용했습니다.
  • 예외 인정 여부는 유책성의 정도, 상대방의 혼인계속 의사, 별거 기간, 자녀의 복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사안별 전략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입니다.

“제가 잘못한 건 맞지만, 이미 끝난 결혼입니다. 이혼하고 싶은데 상대가 응해 주지 않습니다.”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고민을 자주 만납니다. 혼인이 깨진 데 자신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형식만 남은 부부관계를 정리하고 싶은데 상대방이 끝내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우리 법은 이런 경우를 간단히 허락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 이른바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 원칙과 예외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을까? 대법원이 인정하는 예외 세 가지

유책주의의 원칙

책임 있는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가 정한 여섯 가지 사유가 있을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 여섯 번째가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로,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파탄되었다면 이 조항으로 이혼을 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파탄을 누가 만들었느냐입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이유로 스스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켜 왔습니다. 혼인을 깨뜨린 사람이 그 깨짐을 근거로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근본적으로 어긋나고, 자칫 한쪽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축출이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등).

쉽게 말해, 외도나 가정 내 폭력 등으로 혼인을 파탄 낸 배우자가 “이미 관계가 끝났으니 이혼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 판례가 지켜 온 이른바 유책주의입니다.

2015년 전원합의체

원칙은 지키되, 좁은 문을 열다

그렇다면 책임 있는 배우자는 상대가 동의하지 않는 한 영원히 이혼할 수 없는 것일까요.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종래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우리나라는 유책배우자라도 상대방과 협의해 이혼할 길이 열려 있어, 재판상 이혼에까지 굳이 파탄주의를 들여올 필연적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파탄주의로 가려면 이혼당하는 쪽을 받쳐 줄 입법(이혼 후 부양 책임 등)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우리 민법에는 그런 장치가 없어, 자칫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축출이혼이 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이 결론은 대법관 7 대 6으로 갈렸을 만큼 치열한 논의 끝에 나왔습니다. 파탄주의가 틀렸다기보다, 그리로 넘어갈 제도적 조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 단계론적 판단이었던 셈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여기에 중요한 단서를 달았습니다.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도덕성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라면, 그 이혼청구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원칙은 유지하되, 지나치게 경직된 적용은 피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이 제시한 예외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예외 유형내용
① 상대방도 혼인 의사가 없는 경우상대 배우자 역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적으로 내쫓는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
② 유책성을 상쇄할 보호·배려가 있는 경우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③ 세월로 유책성이 옅어진 경우오랜 세월이 흘러 파탄 당시 뚜렷했던 유책성과 상대방이 받은 고통이 약화되어,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더는 무의미해진 경우

예컨대 상대방이 혼인을 계속할 뜻이 전혀 없으면서도 오로지 오기나 보복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라면, 앞서 ①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4. 9. 24. 선고 2004므1033 판결). 중요한 것은, 이 예외의 문이 생각만큼 넓지 않다는 점입니다. 원칙이 여전히 유책주의인 이상, 예외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이혼을 청구하는 쪽이 설득력 있게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이 실제로 들여다보는 것들

예외 인정의 판단 요소

그렇다면 법원은 무엇을 보고 예외 인정 여부를 가릴까요. 대법원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예외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정들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열거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투어지는 요소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판단 요소구체적으로 보는 점
유책성의 태양과 정도파탄을 일으킨 잘못이 얼마나 중한지, 일회적인지 지속적인지
상대방의 혼인계속 의사와 감정정말 혼인을 지키려는 것인지, 오기·보복 감정에 가까운지
당사자의 연령·혼인 기간혼인이 얼마나 오래 지속됐고 지금 어떤 생활관계에 있는지
별거 기간과 그 이후의 생활관계얼마나 오래 떨어져 지냈고, 각자 어떤 생활을 형성했는지
파탄 이후의 사정 변경시간이 흐르며 책임과 고통의 무게가 달라졌는지
상대방의 경제적·사회적 상태이혼 시 상대방이 겪을 생활상의 어려움과 생활보장 정도
미성년 자녀의 복지자녀의 양육·교육·복지에 미치는 영향

이 요소들은 따로 떨어진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하나로 묶여 종합적으로 저울질됩니다. 가령 별거 기간이 길고 그사이 상대방도 사실상 새로운 생활을 꾸렸다면 ③의 사정이 두드러지고, 이혼을 청구하는 쪽이 재산분할이나 부양에서 상대방을 충분히 배려했다면 ②가 힘을 받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이혼 후 생계가 막막해지는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면, 다른 사정이 갖추어졌더라도 예외 인정은 어려워집니다.

결국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책임이 있느냐”가 아니라 “그 책임이 지금도 이혼을 막아야 할 만큼 무겁게 남아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같은 외도 사건이라도 1년 전 일인지 10년 전 일인지, 그동안 상대방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송 전에 짚어야 할 것들

실무 포인트

유책배우자 쪽이든 그 상대방 쪽이든, 이 사건의 승패는 법정에 서기 전의 준비에서 상당 부분 갈립니다.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하는 입장이라면, 자신의 책임이 “이혼을 배척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긴 별거 기간, 그동안 성실히 이행한 양육비와 생활비, 재산분할에서의 양보, 상대방의 실제 혼인계속 의사 등 예외 사정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반대로 이혼을 원하지 않는 상대방이라면, 혼인을 지키려는 의사가 진지하고 현실적이라는 점과 이혼 시 자신이 겪을 생활상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재판상 이혼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협의이혼이라는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이 유책주의를 유지한 근거 중 하나도 바로 이것입니다. 충분한 보상과 조건을 제시하는 협의가 때로는 긴 소송보다 빠르고 확실한 해법이 됩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고 어떤 순서로 풀어 갈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초기에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유책배우자 문제는 묻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궁금한 지점이 정반대입니다. 이혼을 원하는 유책배우자 본인과, 이혼을 당하는 상대방이 각각 가장 많이 하시는 질문을 모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제가 바람을 피웠는데, 상대가 이혼을 안 해 줍니다. 저는 평생 이혼할 수 없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칙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상대방도 혼인 의사가 없거나, 세월이 흘러 책임과 고통이 옅어졌거나,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동의한다면 협의이혼도 가능합니다. 어느 쪽이 더 빠른 길인지는 상대방의 태도와 사안에 따라 달라집니다.

유책배우자가 이혼하려면 보통 몇 년이나 떨어져 살아야 하나요?

“몇 년 이상이면 된다”는 획일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법원은 별거 기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사이 상대방이 사실상 독립된 생활을 꾸렸는지, 파탄 당시의 책임과 고통이 얼마나 옅어졌는지, 그동안 상대방과 자녀를 충분히 배려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실무상 별거가 길수록(통상 수년 이상) 예외가 인정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기간만으로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사정을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유책배우자이면 아이 양육권은 포기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혼인 파탄에 대한 책임(유책 여부)과 양육자 지정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양육권은 오로지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그동안 누가 주로 길러 왔는지, 양육 환경과 아이와의 애착이 어떤지 등을 보고 정해집니다. 배우자에게 외도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양육권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책배우자가 이혼청구를 하면 위자료나 재산분할은 어떻게 되나요?

이혼이 인정되는지와 별개로,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을 집니다. 재산분할은 책임 유무와 무관하게 혼인 중 형성한 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므로, 유책배우자라도 자신의 몫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재산분할에서의 배려는 예외 인정(유책성 상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오히려 이혼하자고 합니다. 저는 거부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므로, 혼인을 지키려는 의사가 분명하다면 이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위 예외 사정(긴 별거, 충분한 배려 등)을 갖추어 청구하는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거부와 함께 위자료·재산분할·양육 등 자신의 권리도 함께 챙기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거부하면 ‘오기’로 몰려 오히려 불리하다던데, 어떻게 거부해야 하나요?

상대방이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 단지 오기나 보복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고 보이면, 오히려 예외가 인정되어 이혼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못 해 준다”가 아니라, 혼인을 지키려는 진지한 의사와 그 노력, 이혼 시 겪을 생활상의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같은 거부라도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이혼은 끝내는 일이지만, 그 과정은 서로에게 남은 책임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혼인 파탄의 책임과 이혼 가능성 사이에서 길이 막혔다고 느끼신다면, 사안을 함께 살펴 재판상 이혼과 협의이혼 중 가장 현실적인 방향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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