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면

  • 네, 이번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번 용서하고 받아들인 과거의 가출은 용서로 덮여 더는 이혼 사유로 삼기 어렵지만, 그 뒤에 정당한 이유 없이 ‘다시’ 집을 나간 행위는 별개의 새로운 사유이기 때문입니다.
  • 실제로 대법원은 과거 여러 차례 가출을 용서받고 돌아왔던 배우자가 또다시 가재도구 일체를 챙겨 무단가출한 사안에서, 그 재가출을 악의의 유기이자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보았습니다.
  • 결국 용서 전의 일이 아니라 ‘용서 후 다시 나간 그 행위’가 결론을 가릅니다. 과거는 접고 이번 가출의 경위와 시점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입니다.

“집을 나갔던 배우자를 마음 다잡고 용서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또 짐을 싸서 나가 버렸습니다. 지난 일은 제가 덮어 줬으니 이제 와서 이혼은 못 하는 것 아닌가요?” 상담에서 종종 듣는 고민입니다. 한 번 용서했다고 해서 이혼의 문이 닫히지는 않습니다. 용서한 ‘뒤에’ 다시 벌어진 가출은 그 자체로 새로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치를 대법원 판례 한 건으로 풀어 드리겠습니다.

용서하면 끝난 걸까

용서받은 과거와 그 뒤의 행위는 다르다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가 정한 여섯 가지 사유가 있을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중 제2호가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입니다.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부양·협조라는 부부의 의무를 저버리고 상대를 내버려 둔 경우를 말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어야 할 제도가 있습니다. 민법 제842조는 이런 이혼 사유를 ‘안 날로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기간을 정해 두고 있습니다. 게다가 배우자의 잘못을 용서한 뒤에는 그 용서받은 일을 다시 이혼 사유로 꺼내기 어렵습니다. 한 번 접기로 한 과거를 두고두고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그럼 용서한 내가 손해 아니냐”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용서로 덮이는 것은 ‘용서 이전의 일’까지입니다.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인 뒤에 배우자가 또 정당한 이유 없이 집을 나갔다면, 그 ‘새로운 가출’은 용서와 무관한 별개의 행위입니다. 다음 판례가 그 경계를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결론을 가르나

핵심은 ‘이번’ 가출의 경위

이 판례에서는 법원이 과거의 가출 세 번은 아예 판단 대상에서 덜어 내고 용서 후 ‘마지막 한 번’의 가출만을 놓고 유기 여부를 따졌다는 대목을 눈여겨볼 만합니다.

그 마지막 가출을 유기로 본 근거는 뚜렷했습니다. 아내가 가재도구 일체를 챙겨 집을 비웠고, 행방을 감추어 돌아올 뜻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짐을 전부 챙겼다는 것은 ‘잠시 피했다 돌아오겠다’가 아니라 가정을 떠나겠다는 의사로 읽히고, 행방을 감춘 것은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저버린 정황으로 평가됩니다.

실무에서는 여기서 교훈을 얻습니다. 용서 후 재가출 사안이라면 용서 전의 묵은 다툼을 끄집어내기보다, 용서 이후 ‘이번 가출’이 왜 정당한 이유 없는 유기인지를 보여 주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용서받은 과거는 어차피 사유에서 빠지고, 때로는 “용서받을 만큼의 사정이 있었다”는 반론의 빌미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내 사건에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실무 포인트

용서 후 재가출 사안은 ‘언제 용서했는지’와 ‘그 뒤 이번 가출이 어떤 것인지’를 또렷하게 갈라 정리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챙겨야 할 것들은 이렇습니다.

준비할 것왜 중요한가
용서·재결합의 시점과 정황언제 화해하고 다시 함께 살기 시작했는지를 남겨 두면, 그 ‘이후’의 가출을 새로운 사유로 세우는 출발점이 됩니다. 메신저·문자·가족의 진술 등이 근거가 됩니다
이번 가출이 ‘유기’임을 보여 주는 정황짐을 전부 챙겨 나갔는지, 연락이 끊겼는지, 복귀나 부양 요청에 응하지 않는지 등 돌아올 뜻이 없음을 드러내는 사정이 중요합니다
내 쪽에 정당한 이유를 준 사정이 없는지상대는 “나갈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다툴 수 있습니다. 이번 가출이 내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점, 복귀를 요청했다는 점을 함께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판례처럼 제2호(악의의 유기)와 제6호(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는 함께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가출로 혼인이 실제로 돌이킬 수 없이 파탄에 이르렀다면 두 사유를 나란히 세워 다투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한 번 용서해 줬으면 그 일로는 영영 이혼 못 하나요?

용서한 그 일(용서 이전의 가출 등)을 다시 이혼 사유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용서는 ‘그때까지의 일’을 덮는 것이지 앞으로의 행위까지 면죄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용서 후 배우자가 다시 정당한 이유 없이 집을 나갔다면, 그 새로운 행위를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집을 나간 일까지 전부 증거로 내야 유리한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용서받은 과거의 가출은 어차피 사유에서 빠지고, 오히려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반론의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84므27에서도 법원은 과거의 가출은 덜어 내고 용서 후의 마지막 가출만을 놓고 판단했습니다. 힘을 모아야 할 곳은 ‘이번 가출’의 경위입니다.

배우자가 “곧 돌아올 생각이었다”고 하면 유기가 아닌가요?

핵심은 말이 아니라 정황입니다. 가재도구를 전부 챙겨 나가고 행방을 감춘 채 복귀·부양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면, 돌아올 뜻이 없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84므27에서도 짐을 전부 챙겨 행방을 감춘 사정이 유기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돌아오겠다는 말과 실제 태도가 다르다면 그 괴리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용서하고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나갔습니다. 바로 이혼 청구가 되나요?

용서 후 다시 나간 가출은 그 시점부터 새로운 사유가 되므로, 기간 면에서 막힐 일은 적습니다. 다만 이번 가출이 ‘정당한 이유 없는 유기’로 평가되는지는 구체적 사정에 달려 있으니, 나간 경위와 그 전후를 정리해 사안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집을 나갔던 배우자를 용서하고 받아들였는데 또다시 나가 버린 상황이라면, 지난 일에 매이기보다 용서 이후 ‘이번 가출’의 경위와 자료부터 정리해 보시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사안을 함께 살펴 악의의 유기(제2호)로 갈지, 혼인 파탄(제6호)으로 갈지 가장 현실적인 방향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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