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면
- 네, 배우자가 가정과 부양 의무를 저버리고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면 민법 제840조 제2호 ‘악의의 유기’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종교를 이유로 입산·출가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 다만 핵심은 “집을 떠났다”가 아니라 “왜 떠났는지, 돌봐야 할 가정을 저버린 것인지”입니다. 특히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배우자를 두고 떠났다면 유기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 판단을 가르는 것은 가정을 떠나 돌아오지 않은 경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입니다. 신앙이 떠남을 정당화해 주지는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입니다.
“배우자가 종교에 빠져 집을 나가더니 출가해 버렸습니다. 1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데, 이혼할 수 있을까요?” 흔치는 않지만 실제로 받는 상담입니다. 집을 나간 사유가 ‘신앙’이다 보니 “그래도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지레 포기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오늘은 배우자가 가정을 두고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을 때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되는지, 대법원 판례로 짚어 드리겠습니다.
“신앙 때문에 떠났으니 어쩔 수 없다”가 통하지 않는 이유
악의의 유기란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가 정한 여섯 가지 사유가 있을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중 제2호가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입니다. ‘악의의 유기’란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부양·협조라는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상대방을 버린 경우를 뜻합니다. 집을 나간 쪽에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이나 복귀 의사가 없고, 남은 배우자를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두었는지를 따진다는 의미입니다. 더 자세한 일반론과 ‘정당한 이유’의 경계는 앞선 글 ‘배우자가 집을 나가 생활비도 안 주고 몇 년째 안 돌아오는데 이혼되나요?’에서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집을 떠난 이유가 ‘종교’라면 어떨까요.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떠난 쪽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문제 삼는 것은 신앙 그 자체가 아닙니다. 그 신앙을 이유로 돌봐야 할 가정을 저버렸는지를 봅니다. 아래 판례에 그 지점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종교가 아니라 ‘가정을 저버린 행위’를 본다
입산·출가형 유기의 핵심
이 판결에서 법원은 남편의 출가나 신앙 자체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문제 삼은 것은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해 돌봄이 필요한 아내를 집에 둔 채, 남편이 가정을 떠나 10년 넘게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집을 떠난 외형이 ‘입산·출가’이든 단순 가출이든, 법원이 보는 기준은 같습니다. 돌봐야 할 가정을 정당한 이유 없이 저버렸는가입니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사안에서는 ‘떠난 경위’가 가장 중요합니다. 반대로 집에 남은 배우자가 상대를 쫓아냈거나 견디기 어렵게 만든 사정이 있었다면, 떠난 쪽에게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어 유기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같은 ‘장기 미복귀’라도 누가 가정을 저버렸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것입니다. 특히 배우자가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상태였다면, 그런 상대를 홀로 두고 떠났다는 사정이 유기 판단에 무겁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내 사건에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실무 포인트
같은 ‘장기 별거’라도 어떻게 정리해 드러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챙겨야 할 것들을 짚어 보면 이렇습니다.
| 준비할 것 | 왜 중요한가 |
|---|---|
| 떠난 경위와 시점 | 배우자가 언제, 어떤 이유로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는지가 ‘정당한 이유’의 유무를 가립니다. 떠나기 전후의 대화·문자·메신저 기록을 남겨 두면 좋습니다 |
| 돌봄·부양이 필요했다는 사정 | 90므583처럼 남은 배우자가 아프거나 돌봄이 필요한 상태였다면, 그런 상대를 두고 떠난 점이 유기 판단에 크게 작용합니다. 진단 기록·치료 내역 등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
| 내가 쫓아내지 않았다는 점 | 상대가 “내가 못 살게 만들어 떠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내가 떠민 적 없고 복귀를 요청했다는 사정을 함께 정리해야 합니다 |
한 가지 덧붙이면, 악의의 유기를 이유로 한 이혼 청구권은 그 유기 상태가 계속되는 한 세월이 흘렀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90므583도 10년 넘는 별거 끝에 이혼이 인정된 사안입니다. 떠난 지 오래됐다고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 사안을 먼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배우자가 종교를 이유로 출가했습니다. 종교의 자유가 있으니 이혼 사유가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과, 그 신앙을 이유로 가정을 저버려도 된다는 것은 다릅니다. 90므583에서 대법원은 남편의 출가 자체가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아내를 두고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은 점을 들어 악의의 유기로 보았습니다. 신앙은 떠남을 정당화해 주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집을 떠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 와서 이혼할 수 있나요?
악의의 유기는 그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떠난 지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이혼 청구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90므583도 10년 넘는 별거 끝에 이혼과 위자료가 인정된 사안입니다. 다만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사안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떠난 배우자에게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나요?
가정을 저버린 책임이 떠난 배우자에게 있다면 위자료를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90므583에서도 대법원은 아내를 악의로 유기해 혼인을 파탄시킨 남편에게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액수는 혼인 기간, 파탄의 경위, 책임의 정도 등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제가 아파서 돌봄이 필요한데 배우자가 떠났습니다. 더 유리한가요?
돌봄이 필요한 배우자를 홀로 두고 떠난 경우는 유기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90므583이 바로 그런 사안으로,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아내를 두고 떠난 점이 ‘악의’를 인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다만 결론은 떠난 경위 전체를 종합해 정해지므로, 당시 상황을 증거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우자가 가정을 두고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아 이혼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지금 가진 사실과 자료부터 차분히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안을 함께 살펴 ‘악의의 유기’로 갈지, 혼인 파탄(제6호)으로 갈지 가장 현실적인 방향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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