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면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1호의 ‘부정한 행위’는 혼인한 부부 사이에서 일어난 행위를 말하기 때문에, 혼인 전 약혼 단계의 부정행위는 제1호 이혼사유에 그대로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실제로 대법원은 약혼 기간 중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은 사실이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제1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91므85).
  • 다만 혼인 전 일이 혼인 생활에까지 이어져 부부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이 망가뜨렸다면, 제6호(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다툴 여지가 남습니다. ‘혼인 전의 일’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그 일이 지금의 혼인을 어떻게 만들었느냐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입니다.

“결혼하고 나서야 배우자가 결혼 전 약혼 시절에 다른 사람을 만났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배신감이 너무 큰데, 이걸로 이혼 소송을 할 수 있을까요?” 상담에서 가끔 받는 질문입니다. 외도라고 하면 당연히 이혼 사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이 정한 ‘부정한 행위’에는 ‘언제의 일인가’라는 시점의 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은 혼인 전 부정행위가 이혼 사유가 되는지, 대법원 판례 한 건으로 그 경계를 짚어 드리겠습니다.

‘부정한 행위’는 언제의 일을 말하는 걸까

제1호는 ‘혼인 중’의 행위다

재판상 이혼은 민법 제840조가 정한 여섯 가지 사유가 있을 때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중 제1호가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제1호가 말하는 부정한 행위란 혼인한 부부 사이에서 일방이 저지른 행위를 뜻합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지는 정조의무는 혼인해야 비로소 생기니까요. 그러니 혼인이 성립하기 전인 약혼 단계에서 있었던 일은 그 의무를 어겼다고 보기 어렵고, 혼인 전 부정행위는 제1호 이혼사유에 그대로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 혼인 전 일은 아무 의미가 없을까

제6호로 넘어가는 길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91므85에서 대법원이 혼인 전 부정행위를 제1호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혼인 전의 일을 아예 거들떠보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원은 아내의 혼인 전 임신·출산, 남편 자식인 양 한 출생신고까지 사실로 인정한 다음, 그것이 제6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되는지를 따로 살폈습니다. 혼인 전 행위라도 그 일이 지금의 혼인 생활을 돌이킬 수 없이 파탄시킨 원인이 되었다면, 제6호로 이혼을 다툴 여지가 남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제6호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부부의 혼인 생활 경과 전체를 함께 보았는데, 혼인이 파탄에 이른 데에는 오히려 이혼을 청구한 남편 쪽의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혼인 전의 임신·출산 사실이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혼인 전 부정행위는 제1호가 아니라 제6호의 ‘파탄’ 문제로 넘어가 다뤄진다, 그리고 제6호로 가더라도 혼인 전체의 경과와 양쪽의 책임을 함께 따진다.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혼인 전의 일 그 자체보다, 그 일이 결혼 이후의 신뢰와 혼인 생활을 실제로 어떻게 망가뜨렸는지가 결론을 가릅니다.

그래서 내 사건에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실무 포인트

같은 ‘혼인 전 부정행위’라도 어떻게 정리해 드러내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이렇습니다.

짚어야 할 것왜 중요한가
행위의 ‘시점’을 먼저 가린다문제 된 행위가 혼인 성립 전인지 후인지에 따라 제1호 성립 여부가 갈립니다. 약혼·동거·혼인신고 시점을 사실관계로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혼인 전 일이라면 제6호로 설계혼인 전 행위는 제1호로는 어렵지만, 그로 인해 혼인이 파탄났다면 제6호로 다툴 수 있습니다. ‘그 일 이후 혼인 생활이 어떻게 무너졌는가’를 중심에 둬야 합니다
혼인 전체의 책임 관계제6호는 양쪽의 책임을 함께 봅니다. 91므85처럼 청구한 쪽의 사정이 파탄에 더 크게 작용하면 불리할 수 있으므로, 전후 사정을 균형 있게 준비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출생신고나 친자 관계처럼 혼인 전 일에서 파생된 법률문제는 이혼과 별개로 따로 정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쟁점을 어느 절차로 풀지는 사안마다 다르므로, 전체 그림을 먼저 그려 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결혼 전 약혼 때 바람핀 건 무조건 이혼 사유가 안 되나요?

제1호 ‘부정한 행위’로는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91므85). 다만 그 일이 혼인 이후까지 이어지거나 혼인 생활을 돌이킬 수 없이 파탄시켰다면, 제6호(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제1호가 아닌 다른 길로 봐야 한다’는 쪽이 정확합니다.

결혼 전 임신한 아이를 배우자 친자식으로 출생신고했다면요?

91므85에서 법원은 혼인 전 임신·출산과 친자식인 양 한 출생신고 사실까지 인정하면서도, 그 혼인 생활의 경과에 비추어 제6호 중대한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 않고, 혼인 전체의 경과와 양쪽 책임을 함께 따진다는 뜻입니다. 친자 여부 자체는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등 별도의 절차로 다퉈야 할 수 있습니다.

약혼이 아니라 사실혼 기간 중의 일이면 다른가요?

그 시점에 이미 부부에 준하는 공동생활이 시작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91므85에서도 법원은 간헐적으로 만나는 약혼 단계와, 동거를 시작해 사실혼으로 볼 수 있는 단계를 구분해서 보았습니다. 언제부터 부부로서의 관계가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므로, 교제·동거·혼인신고의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혼인 전 일이라도 숨기고 결혼한 것 자체가 문제 되지 않나요?

중요한 사정을 속이고 혼인한 경우라면 상황에 따라 혼인취소 등 다른 쟁점으로 접근할 여지가 있고, 그 일로 혼인이 파탄났다면 제6호와도 연결됩니다. 어떤 길이 가장 현실적인지는 속인 내용과 정도, 혼인 생활의 경과에 따라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배우자의 혼인 전 행적 때문에 이혼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먼저 그 일이 ‘언제’의 일인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혼인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정리해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사안을 함께 살펴 제1호로 갈지, 제6호(혼인 파탄)로 갈지 가장 현실적인 방향을 잡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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