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요… 그냥 말해버리고 싶었어요.”

상담을 오신 어느 분이 눈물을 삼키며 하신 말이었습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배신감, 분노, 슬픔, 그리고 복잡한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지요. 그 순간, 많은 분들이 고민에 빠집니다. "이 사실을 지금 말해야 할까, 아니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까?"

그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결정이 이후의 삶을, 그리고 소송의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기에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말할까?”를 결정하기 위한 두 가지 기준

변호사로서 저는 이런 상황에서 다음 두 가지 기준을 함께 고려하길 권합니다.

1. 이혼을 결심했는가?

단순히 외도 사실을 알게 된 것과, 그로 인해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만약 이혼을 하겠다는 마음이 확고하다면, 단순한 ‘추궁’보다는 이혼 준비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이혼은 단지 외도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재산분할, 자녀 양육, 양육비 문제까지 얽혀 있어 매우 복합적인 절차입니다. 따라서 외도 사실을 바로 오픈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 결혼생활 전반을 되짚으며 이혼 사유 정리하기

- 배우자의 금융거래 내역, 예적금 상황, 퇴직금 등 파악하기

- 상간자에 대한 소송 가능성 여부 확인하기

이혼은 감정의 싸움이 아닌 증거와 전략의 과정이기 때문에, 그 결심이 섰다면 무엇보다 냉정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2. 확실한 증거가 있는가?

많은 분들이 배우자의 외도를 '느낌'으로 먼저 알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 핸드폰을 숨기는 습관, 늦은 귀가, 블랙박스 기록 삭제 등… 하지만 이는 직접적인 증거가 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증거 없이 외도 사실을 추궁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더 조심하게 되고 흔적을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혹은 정말 외도가 아니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오해로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지요.

그래서 증거가 애매한 경우라면, 오히려 침묵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필요한 정보를 확보한 뒤,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외도를 자백받은 경우, 그냥 믿어도 될까요?

간혹 배우자가 자백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번의 실수였어. 다시는 안 그럴게.” 아이가 있는 경우 특히, 마음 한 켠에서는 용서하고 싶은 마음도 들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꼭 자필 각서나 녹음으로 남겨두세요라고 조언드립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다시 외도가 반복되었을 때, 그 약속이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이해되지만, 준비는 차갑게

저 역시 상담을 하며 늘 느낍니다. “왜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준비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도 안타깝고 때론 답답합니다. 하지만 실제 이혼 소송에서는 가장 많이 후회하는 말이 바로 이 말입니다.

“그땐 그냥 믿었어요. 증거라도 남겨둘 걸 그랬어요…”

사랑했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 그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끝이란 결정을 내리는 건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법은 감정이 아닌 기록과 증거로 움직입니다. 나와 아이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는 꼭 필요합니다.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되었을 때, 바로 말하는 것이 정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지키는 선택은 때로는 그보다 더 신중해야 합니다.

오늘 이 글이, 혼란스러운 마음 속에서 단단한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상, 조아라하는 변호사 조아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