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소송 승소 판결, 그러나 지켜내지 못한 가족의 이야기

“그날 아내가 휴대폰을 움켜쥐며 화들짝 놀랐을 때,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느꼈습니다.”

이런 순간을 마주한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조그만 기기의 화면 속에, 평범했던 일상이 산산이 깨지는 진실이 담겨 있을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니까요. 오늘 이야기할 사건은, 그렇게 시작된 한 가장의 고통과 싸움, 그리고 조용한 용기의 기록입니다.

의뢰인은 20년 넘게 한 여성과 함께 살며 세 자녀를 키워낸 평범한 남편이었습니다. 부부는 서로의 휴대폰도 거리낌 없이 공유할 정도로 가까웠고, 그렇게 서로를 신뢰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주 사소한 순간이 모든 걸 바꾸어놓았습니다.

아내가 휴대폰을 보려는 남편에게 보인 이상한 반응, 그리고 그 후 이어진 차가운 거리감. 남편은 직감했습니다. 

뭔가 있다.

아내는 회사 동료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그 사실을 눈치챈 남편은 조심스럽게 아내에게 물었지만, 돌아온 건 ‘의처증’이라는 낙인이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의뢰인의 삶은 점점 고립되어갔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질투와 집착에 찌든 사람으로 몰아세우며 아이들과의 사이마저 멀어지게 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가정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아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돌아오기를, 상간남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만을 바랐습니다.

하지만 바람은 닿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곧 다시 상간남과 만나기 시작했고, 그 사실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남편은 결국 결단을 내렸습니다. 상간남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죠.

이 사건은 변호사로서 저에게도 쉽지 않은 싸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직접적인 증거는 많지 않았거든요. 이미 아내를 여러 차례 추궁한 후였기 때문에, 새로운 증거를 더 얻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바로 ‘소송을 하며 증거를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우리는 법원의 협조를 얻어 카카오톡 메시지, 통화 기록, 직장 내 동선과 근무표 등을 확보했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부정행위의 전말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쌓인 자료는 무려 36페이지에 달했습니다. 

그 집요하고도 철저한 작업 끝에, 법원은 이들이 ‘평범한 동료 관계’를 넘어선 부정한 관계였음을 인정했고, 총 2,400만 원의 위자료를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은 무려 7페이지에 걸쳐 이 관계의 실체를 상세히 담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억울한 의뢰인의 편에 선 사람으로서, 그 순간만큼은 억눌렸던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승소했지만, 그가 원했던 건 판결문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인정, 진심 어린 반성, 그리고 가족을 지켜보려는 최소한의 의지. 그것이 있었다면, 이 소송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혼인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고, 승소 판결은 그저 너무 늦게 찾아온 정의가 되어버렸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권리를 지키고, 억울함을 밝혀주는 것이 저의 일이지만, 모든 판결이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묻습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계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너무 늦기 전에, 감정과 판단이 휘몰아치기 전에, 당신의 진심과 바람을 조용히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더 늦기 전에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가끔은, 슬픈 결말이 아닌 슬기로운 선택이 남을 수도 있으니까요.